유전자(Gene)를 연구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초적 기술로는 DNA를 포함한 핵산의 추출 및 정제, 겔 전기영동, 혼성화(분자교잡; Hybridization) 및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등이 있다. 핵산의 분리 및 정제는 유전자 연구의 필수적인 단계이며, 생물체마다 구조와 구성성분이 다양하기 때문에 실험의 오차가 가장 큰 단계이기도 하므로 핵산의 추출 단계가 실험의 성패를 좌우할 수가 있다.
1. 핵산의 추출 및 순도 확인
모든 살아있는 생물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유전물질은 DNA라는 것이 밝혀졌다. 유전자는 염색체상에 존재하고 염색체는 세포 안에 들어 있다. 분자진단검사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구조나 기능을 연구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핵산을 순수하게 얻는 것이다. 모든 유전자 검사 및 연구의 직접 대상은 DNA와 RNA의 핵산이므로, 핵산을 얻기 위해서는 세포를 파괴한 다음 여러 가지 혼합물 중에서 원하는 핵산만을 추출·정제해야만 한다. 진단 목적의 핵산은 주로 인체에서 채취한 검체로부터 추출하게 되는데, 분석 목적에 따라 전혈(Whole blood), 혈장(Plasma), 혈청(Serum), 생검조직(Biopsy tissue), 배양세포(Culture cell), 입안점막(Oral mucosa),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 양수(Amniotic fluid) 등 다양한 검체를 이용하여 핵산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에서도 핵산을 추출하여 질병의 원인체를 찾아낼 수도 있다. 또한, 세균이 갖고 있는 유전체(Genome) DNA 이외의 플라스미드(Plasmid) DNA는 유전자 조작의 기본으로 재조합 DNA 제작, 유전자 분석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다양한 생물체로부터 핵산을 분리하는 방법은 핵산 분리를 시도하는 해당 생물체에 알맞게 조절되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생물체마다 구성성분 및 구조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1) DNA 추출 원리
핵산에는 DNA와 RNA 두 종류가 있다. 핵산은 핵 속에 들어 있는 산성 물질이라는 뜻이며, 단량체는 뉴클레오티드이다. 뉴클레오티드는 당과 염기 그리고 인산의 복합체이다. 이는 뉴클레오시드가 인산기와 결합한 형태이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DNA를 유전정보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바이러스의 경우는 RNA에 생명현상의 정보를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핵산의 추출은 액체상 또는 고체상 추출 방법이 있다. 핵산 중 DNA를 추출·정제하기 위해서는 세포를 분쇄하여야 하는 데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핵 속의 DNA를 추출해야 하며, 이때 세포에 존재하는 많은 단백질 및 RNA 등의 불순물들을 효율적으로 제거해야만 한다. 기본적으로 세포용해(Lysis), 단백질과 RNA의 제거, DNA 추출과 분리 ·정제 과정을 거친다.
전통적인 DNA의 액체상 추출 방법은 페놀(Phenol)/클로로포름(Chloroform) 추출로, 먼저 리소자임(Lysozyme; 박테리아 용해 효소의 일종)과 세제(Detergent)로 세포막과 핵막을 용해시켜 DNA를 용출시킨다. 이들 용액에는 단백질과 RNA 등이 함께 섞여 있게 되는데, 화학적인 방법으로 제거한다. 단백질 제거는 일반적으로 단백질 변성제인 SDS(Sodium dodecyl sulfate)를 이용하여 크로마틴을 가용화한 다음 단백질 분해효소(Proteinase) K로 단백질을 분해하고, 페놀/클로로포름을 이용하여 단백질을 변성시킨 후 제거한다. DNA가 포함된 실에 페놀/클로로포름 용액을 혼합하게 되면 물층과 페놀/클로로포름 층은 서로 섞이지 않고, 밀도가 높은 페놀/클로로포름 층은 물층 아래에 별도의 층을 형성한다. 페놀/클로로포름 층에는 대부분의 단백질이 녹아 있게 되고, 핵산인 DNA와 RNA는 물층에 남게 되므로 DNA가 포함되어 있는 물층을 취한다.
그런 다음 섞여 있는 RNA는 RNA 분해효소(Ribonuclease; RNase)를 이용하여 제거할 수 있는데, 이 효소는 RNA만 분해하고 DNA는 분해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다. 이제 DNA와 분해된 RNA가 들어있는 용액에 같은 양의 알코올을 첨가하면 물과 알코올은 격렬히 잘 섞인다. 분해된 작은 조각의 RNA는 용액에 녹아 있게 되지만, 분자량이 크고 잘 녹지 않은 DNA는 용출되게 되므로 원심분리를 하여 튜브 바닥에 침전시킨 후 상층액을 따라내고 나면 정제된 DNA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액체상 추출 방법은 추출 단계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유해물질인 페놀과 클로로포름을 사용한다는 점이 단점이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페놀/클로로포름 추출법 대신 DNA를 실리카 수지(Silica resin)나 자성입자(Magnetic bead)에 결합시켜 분리하는 방법인 고체 흡착법을 이용하여 순수한 DNA를 빠른 시간에보다 효율성 있게 분리·정제하고 있다.
2) 상용 키트(Kit)를 이용한 임상 시료 속 핵산 간편 추출
: 질병의 진단과 관련되어서는 환자의 조직이나 혈액, 세포를 이용하여 유전체 DNA와 mRNA를 분리하여 실험에 사용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임상 시료로부터 유전체 DNA를 분리할 수는 있지만, 환자 수가 많은 경우 많은 수의 검체를 보다 간편하고 빠르게, 또는 적은 양의 시료만 있어도 좋은 효율로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많은 핵산 추출 방법들이 개발되어 상품화되었고, 최근 들어서는 실리카나 자성입자 등을 이용한 핵산 추출 방법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여과, 원심분리, 페놀/클로로포름 등의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고순도의 핵산 추출이 가능한 자동화 시스템도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생물체마다 구조와 구성성분이 다양하기 때문에 DNA를 분리하는 데 쓰이는 기술 또한 DNA를 추출·정제하고자 하는 생물체에 맞춰져야만 한다.
대개 플라스틱 컬럼(Column) 속의 필터에 실리카나 유리섬유가 들어있으며, 세포용해와 단백 분해 후 알코올 침전된 DNA 용액을 실리카가 들어 있는 컬럼에 통과시키면 DNA와는 결합하지만 기타 단백질 성분 등과는 결합하지 않으므로 분리가 가능하다. 그런 다음 물이나 낮은 강도의 완충용액(Low ionic strength buffer)을 흘려보내면 DNA를 쉽게 용출시킬 수가 있다. 비슷한 원리로 자성입자와 결합된 DNA 용액을 일정한 자장(Magnetic field)하에 둠으로써 DNA를 정제할 수도 있다.
3) 추출된 핵산의 수율 및 순도 확인
: 핵산의 퓨린과 피리미딘 염기는 그들이 가지는 방향족 구조로 인해 자외선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며, pH 7에서 핵산은 260nm의 자외선의 빛을 최대로 흡수하므로 추출된 DNA 혹은 RNA의 수율은 분광광도계를 이용하여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비색법에서 자외선 흡수량은 DNA나 RNA 양에 비례한다. 260nm에서 흡광도(OD) 1.0은 50㎍/㎖의 이중나선 DNA 양과 같다. 그리고 단일나선 DNA는 33㎍/㎖, RNA의 경우는 40㎍/㎖에 해당한다.
한편, 추출된 핵산의 순도(Purity)는 260nm와 280nm(단백질의 최대 흡수 파장)의 흡광도 비(A260/A280)로 평가할 수 있다. 흡광도의 비가 1.8 이상이면 단백질의 오염이 최소화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RNA의 경우 A260/A280의 OD 비율을 측정하여 페놀, 염, 단백질 등의 오염 여부를 알 수도 있다.
< 출처 - 임상분자생물학 정문각 >
오늘은 분자생물학 실험 및 검사를 위해 가장 먼저 진행되어야 할 핵산 추출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우리가 검사를 위해 각종 검체를 채취하는데 채취한 검사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그 속에 있는 궁극적인 재료를 뽑아내야 하는 핵산 추출 과정은 필수 과정입니다.
검체의 종류에 따라 추출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데 기술의 발전은 이런 선택 범위를 점점 줄여주고 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매뉴얼 추출 방법인 Column법 보다는 자동화방법으로 추출하는 추세로 전환하고 있는데 코로나의 유행으로 인해 이 전환 속도는 무지막지하게 빠르게 촉진시킨 계기가 되었습니다.
분자검사실에서는 평소 처리할 수 있는 검체량이 한계가 있는데(검사기관의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습니다.) 코로나가 이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장비들이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돌렸으니까 말이죠.
무튼 현재 대부분 추출은 장비를 사용하고 장비는 Magnetic bead법을 사용하고 있고, 장비마다 경쟁력을 어필하기 위해 뽑힌 핵산은 순도와 한 번에 추출할 수 있는 검체 개수 같은 것들을 내세우며 홍보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검체의 개수와 순도도 중요한데 추출하기 까다로운 검체에서도 핵산을 뽑아낼 수 있는 장비와 키트가 개발된다면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예를 들자면 객담 같은 검체.....)
핵산은 뽑혔다고 끝나는 게 아니고 얼마나 순도 높게 핵산이 뽑혔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순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들도 개발되어 있습니다. 확실히 순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핵산으로 실험하다 보면 결과물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핵산의 순도를 확인해 보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게 두 번 일하지 않게 해줄 것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오늘 알아본 추출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서 좀 더 디테일하게 알아보는 내용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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