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NA 복제에 필요한 효소들
DNA 복제는 복잡한 생화학 반응들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생화학 반응들이 일어날 때 작용하는 효소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1) 헬리카아제(Helicase)
: 헬리카아제가 DNA를 나선의 반대 방향으로 휘감아 풀어주는데 앞으로 진행하면서 DNA의 두 줄을 풀어나가면 두 가닥의 주형(Template)이 드러나게 된다. 헬리카아제가 나선구조를 풀어 DNA 복제를 시작하는 지점을 DNA의 복제 개시점(Replication origin)이라 부른다. 일단 복제개시점이 열리면 좌우로 두 개의 복제분기점(Replication fork)이 생기게 된다.
헬리카이제가 DNA를 조금씩 벌려 나가더라도 언제나 원래대로 되돌아가려는 장력이 동일한 지점에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풀린 DNA 주형을 그대로 두고 헬리카아제가 떨어져 나온다면 이들은 곧 다시 휘감겨 버리고 말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무거운 단백질을 각 주형에 붙여 놓는 것이다. 헬리카아제가 풀고 지나간 자리에 달라붙어서 되감기려는 장력으로부터 풀린 외가닥 주형을 보호하는 단백질들은 SSB(Single-strand binding protein)이다.
2) DNA 중합효소(DNA polymerase)
: DNA 중합효소에는 세 가지 종류(Ⅰ,Ⅱ,Ⅲ)가 있다. Ⅰ, Ⅲ은 DNA 복제 및 수리 기능을 하지만 Ⅱ에 대한 기능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DNA 중합효소는 문자 그대로 중합 반응을 촉진하는 효소이다. 중합이란 미리 존재하는 DNA 또는 RNA 끝에 새로운 뉴클레오티드를 더해 나가는 반응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록 DNA의 주형이 열려있다 하더라도 무언가 그 위에 작은 핵산 조각이 미리 붙어 있어야 여기서부터 새로운 DNA의 중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새로운 DNA 합성에 앞서 미리 주형에 달라붙어 있어야 하는 작은 핵산 조각을 프라이머(Primer)라고 부른다.
DNA 복제에 사용되는 프라이머는 RNA다. RNA 프라이머는 불과 6~30개 정도의 뉴클레오티드가 연결된 짧은 폴리뉴클레오티드인데 RNA 중합효소에 의해 만들어진다. 일단 프라이머가 만들어지면 DNA의 합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즉 RNA 프라이머의 3' 끝에 DNA 뉴클레오티드가 연이어 붙어나가는 것이다. 1초당 약 100개의 뉴클레오티드를 중합하고 중합효소 중에 Ⅲ이 가장 빠른 효소이다.
3) DNA 리가아제(DNA ligase)
: 중합된 DNA 절편들을 서로 이어 주게 해주는 효소
4) 토포이소머라아제(Topoisomerase)
: 헬리카아제의 진행 방향보다 더 윗부분에 미리 달라붙어서 장력이 밀고 올라올 때쯤이면 멀찌감치 DNA의 할 줄을 미리 끊고 한 바퀴 돌려 장력을 풀어놓는 역할을 한다. 물론 이렇게 끊은 DNA 가닥은 토포이소머라아제가 붙잡고 있다가 이 부분까지의 DNA 합성이 완료되면 붙여주고 다시 위로 올라가 또 다른 부분을 끊어주는 일을 반복한다.
2. DNA 복제의 방향성
: DNA 복제에서 중요한 문제는 방향성이다. DNA 합성은 반드시 5'에서 3' 방향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3'→5' 주형을 이용한 복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될 수 있지만 5'→3' 주형을 이용한 복제는 헬리카아제가 DNA를 조금씩 풀어낼 때마다 토막으로 만들어져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가닥을 선도 가닥(Leading strand)이라 부르지만 조금씩 토막으로 만들어지기에 시간이 지체되는 가닥을 지체 가닥(Lagging strand)이라고 부른다. 이때 만들어지는 DNA 절편(DNA fragment)들은 오카자키 절편(Okazaki fragment)이라 부르고 있다.
지체 가닥에서 만들어지는 오카자키 절편들 끝에는 RNA 프라이머가 붙어 있다. 따라서 절편들을 서로 연결하기 전에 RNA 프라이머의 제거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필요한 효소활성은 5'→3' 핵산 말단 가수분해능( 5'→3' Exonuclease activity)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은 DNA 중합효소Ⅲ이 이러한 활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DNA 중합효소Ⅲ은 지체 가닥의 주형이 풀려나올 때마다 오카자키 절편을 중합해 나가지만 앞서 만들어진 절편의 5' 쪽 RNA 프라이머에 부딪히면 이를 제거해 나갈 방법이 없다. 이때 그 역할을 대신 떠맡는 것이 DNA 중합효소 Ⅰ이다. DNA 중합효소 Ⅰ은 5'→3' 핵산 말단 가수분해 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DNA 중합효소 Ⅰ이 RNA 프라이머를 제거한 다음 그 자리를 다시 DNA로 메꾸어 주면 DNA 리가아제가 절편들을 서로 이어 주게 되어 지체 가닥의 전체 DNA 합성이 완료될 수 있다.
3. 교정(Proofreading) 작업
: 교정은 잘못된 뉴클레오티드를 DNA 중합효소가 감지하고 5' 쪽으로 되돌아가서 제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때 되돌아가서 제거해 주는 효소능은 3'→5' 핵산 말단 가수분해 활성( 3'→5' Exonuclease activity)이다.
먼저 5'→3' 중합효소 활성(5'→3' Polymerase activity)에 의해 DNA를 합성하던 중 잘못이 있다는 것을 효소가 감지하면 3'→5' 핵산 말단 가수분해 활성에 의해 되돌아가서 이를 제거해 버린 다음 다시 5'→3' 중합효소 활성에 의해 올바른 뉴클레오티드로 바꾸어 준다.
4. 진핵세포의 DNA 복제
: 진핵세포는 다복제개시점(Multiple replication origin)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즉 복제를 여러 곳에서 동시에 시작하여 점차 옆으로 뻗어 나가면서 합쳐지는 방식이다. 한참 복제 중인 DNA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각각의 복제개시점마다 마치 기포가 봉긋봉긋 솟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복제 방식을 다기포 모델(Multiple bubble model)이라고도 부른다.
출처 : 임상 분자생물학(정문각)
저번 포스팅에서는 핵산에 대한 내용을 다뤘고, 이번엔 이런 핵산을 복제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들과 복제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왜 우리 몸속 세포들에서는 이와 같은 DNA 복제를 해야 하는 걸까요?
진핵세포라는 어려운 단어를 선택했지만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 그냥 사람 세포라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인간이 엄마의 뱃속에서 태아로 존재할 때부터 현재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우리의 세포는 단 한 개가 크기가 커져서 지금의 한 명의 성인으로 자랐을까요?
아마 그렇다면 우리는 말 그대로 단세포동물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메바 같은 단세포 동물이 아니고 다세포동물입니다. 세포가 모여 조직을 이루고 조직이 모여 장기를 이루고 장기가 모여 기관계를 이루고 기관들이 모여 하나의 개체로 성장하는 것처럼 우리의 몸속 세포는 끊임없이 숫자를 늘려서 성장해 왔습니다.
이렇듯 세포 숫자를 늘리는 과정을 우리는 체세포분열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세포를 분열시켜 숫자를 늘려나가야 하는데 분열시킬 때마다 각각 다른 세포들이 만들어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괴이한 생명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치 스위트홈처럼 말이죠. 하지만 우리 주님께서 인간을 설계하실 때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아주 정교하게 똑같은 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전을 넣어주셨습니다. 똑같은 세포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세포를 만들 수 있는 설명서!
즉, 우리 몸속의 중요한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
이것을 아주 똑같은 복사본을 만들어야 똑같은 모양 똑같은 기능을 하는 세포들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세포를 분열해 숫자를 늘려가면 성장할 때 가장 먼저 일어나야 하는 일은 DNA 복제인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DNA 복제 과정과 이 과정에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그리고 그 시발점부터 탄탄하게 알아가야만 뒤에 이어져갈 내용들이 헷갈리지 않고 이해하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이점을 기억해 주시고 다음 포스팅을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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